지난 26일 남산공원 통감관저터 앞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기억의 터 조성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이곳에 기억의 터가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찾아가 보겠노라 했건만 1주년 기념행사가 있는 날에서야 걸음을 한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라는 말 앞에 1년간의 무심함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하루다. 소녀가 감당하기엔 시대가 준 시련은 너무나 가옥 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는 그들을 보듬어주기보단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심 어린 사과를 기다리던 소녀들은 하나둘 생을 마감하고 그 뒤를 기다리는 소녀들은 소망한다. 소녀들은 70년 넘게 미뤄온 사과와 짓밟힌 자유와 인권을 후대 사람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더 이상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지난해 통감관저터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기억의 터가 마련되었다. 통감관저터는 일제강점기 이완용이 일본과 한일강제병합조약을 체결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역사적인 장소다. 이곳에 조성된 기억의 터는 의미가 남다르다. 주권을 잃은 나라의 소녀들은 전쟁터로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가 되어 처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들이 벌써 90이 가깝거나 그조차 훌쩍 넘은 할머니가 되었다.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소녀가 있는가 하면 아직 그 희망을 놓지 않은 소녀들이 있다. 하지만 그 수가 줄어듦에 세월은 속도를 더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 생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의 터 1주년을 맞이해 많은 서울시민들이 기억의 터를 찾았다. 그 기억을 다짐하고자 각종 이벤트로 기억의 조각을 하나씩 만들어보는 시간이 본 행사 전 주어졌다. 다양한 방법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려는 몸짓이 기억의 터를 가득 메웠다.
무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이 많았다. 이번 행사에는 몇몇 위인부 할머니들이 더 오시기로 되어있었으나 건강상의 문제로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 두 분만 참석하셨다. 그리고 박원순 시장과 홍보대사 홍지민 그리고 많은 인사들이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아직 공식적인 사과를 미루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 김복동 할머니의 연설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이 나라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맘에 이 자리를 빛내주셨다. 이제 몇 분 남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과를 받고 편안하길 기원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위안부 할머니들을 적극 후원한 분들에 대한 공로상 수여 시간도 가졌다. 홍보대사로 참여한 배우 한지민씨가 함께 해 자리가 더욱 빛났던 것 같다. 길원옥 할머니 옆에서 할머니를 챙기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으며 앞으로 그녀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이날은 가수가 꿈이 길원옥 할머니의 데뷔 무대가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고향의 봄'을 제창하면서 소녀 시절부터 할머니가 간직해온 꿈을 이곳에 모인 모두가 함께 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글귀가 4개 국어로 새겨진 ‘세상의 배꼽’에는 기억의 터 1주년을 맞이하여 커다란 노란 나비 퍼포먼스가 열렸다. 나라를 잃은 슬픔 그리고 나라 잃은 아픔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야 했던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서 잊혀서는 안될 이야기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남산공원 기억의 터를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기억의 터에서는 문화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순히 기억의 터를 다녀가기보단 문화해설사에게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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