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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광이야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한강 멍때리기 대회

4월 30일 일요일, 망원한강공원 성산대교 인근 잔디밭에서 '2017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말 그대로 한강변에서 멍때리는 대회인데, 사연 중심으로 참가신청을 받아 선정된 7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참가한 선수들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동안 주어진 자리에서 멍때리기를 해야 했고, 제대로 멍때리기를 하지 못 한 경우엔 옐로카드나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레드카드를 받으면 자리에서 끌려 나가 탈락 처리 됐는데,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훌륭한 멍때리기 실력을 보여서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멍때리기 대회는 '한강 봄꽃축제' 일환으로 열렸다. 작년에 너무 더웠는지 올해는 개최 날짜가 조금 앞당겨졌는데, 그래도 낮 시간 한강변은 햇살이 따가웠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약간 쌀쌀한 날씨였는데, 마침 더워지기 시작한 때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간단한 대회 설명과 짧은 기체조(?) 시간을 가진 뒤, 바로 대회가 시작됐다.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요가메트에 앉아서 멍때리기를 시작했다. 정말 말 그대로 멍때리기였다.

 


대회 중에 선수들은 말을 할 수 없고, 미리 주어진 카드를 들어서 주최측에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었다.

 

빨강은 어깨 주무르기, 파랑은 물 한 컵, 검정은 부채질 받기, 노랑은 기타 사항이다. 대회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물이나 부채질 등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났지만, 대체로 별다른 요구 없이 두 시간 내내 멍때리기에 집중했다.

 


스태프들은 선수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기도 하고, 틈틈이 심박측정도 했다. 시민투표와 심박수를 합산해서 우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이어서, 눈에 띄는 복장을 하고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사회자 말로는 작년에는 인도에서 온 참가자가 명상을 해서, 거의 죽음에 가까운 심박수를 유지했다 한다. 그래서 주최측이 논의 끝에 그 사람을 실격처리 했다고. 아무래도 그런 프로가 엄청난 기술을 선보이면, 대회가 점점 기인들의 열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대회 참가자들은 단순히 참가해서 멍때리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을 나타내는 복장을 하고 오거나, 주장하고 싶은 것을 소품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실제 직업이 역무원인 분은 부정승차를 하지 말자는 푯말을 앞에 내놓기도 했고, 패밀리레스토랑 직원이라고 밝힌 참가자들은 레스토랑 메뉴판을 앞에 내놓기도 했다. 요리사 모자를 쓰고 온 실제 요리사도 있었고, 교복을 입고 온 학생들, 그리고 말레이시아 전통 복장을 입고 온 외국인 교환학생들도 있었다.

 

멍때리기 대회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이 행사는 대회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참가자 모두가 퍼포먼서로써,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삶과 함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멍때리기 대회는 시합 형식으로 내보이는 일종의 행위예술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이날 하루만큼은 모두가 예술가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페이지로

> 2017 한강 멍때리기 대회 -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의 퍼포먼스

 

 

 

-서울미디어메이트 송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