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에 호기심이 많아,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세운상가에 가거나, 컬러풀하고 시원시원한 잡지와 왕성한 호기심을 풀어주는 비디오를 구하기 위해 세운상가에 간 적은 없다. 만약 남자였다면, 제 집 드나들 듯 갔을지도... 오직 영화때문이었다. 영화 관람과 함께 다양한 전자제품 구경은 덤이긴 했지만, 관심이 없었기에 쓱 보기만 하고 지나쳤다. 암튼 내 기억 속 세운상가는 아세아극장이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극장이 여기저기 생기고 난 후, 아세아 극장과 세운상가는 추억이 됐다.
나만 그랬던 거 아니었나 보다. 한때는 전자제품의 메카였던 세운상가가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고, 전자제품을 사기 위해 굳이 세운상가까지 갈 필요가 없어지면서, 서서히 몰락을 했다. 전자제품도 그렇지만, 비공식적으로 세운상가에 가야만 구할 수 있었던 그것, 인터넷이라는 엄청난 역적(?)의 등장으로 세운상가는 더 빠르게 몰락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세운상가인 거 같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노병은 죽지 않았고, 사라지지도 않았다. 옛 명성을 다시 되찾기 위해 세운상가가 탈바꿈을 한다.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으로 4차산업혁명의 메카이자, 청년들을 위한 스타트업 거점 공간으로 재탄생을 한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세운상가 일대 총 44만㎡가 기존 산업과 새로운 기술의 융합 및 협업을 통해 제조업 기반 4차산업혁명을 이끌 전략적 거점으로 거듭난다. 즉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다시 걷는 세운으로, 산업적 잠재력과 청년의 창의성을 결합해 다시 찾는 세운으로, 함께 한 주민들이 지역활성화를 주도하는 다시 웃는 세운으로 만드는 것이다.
서울미디어메이트로서, 다시·세운 프로젝트 전략기관 개소식 및 세운4구역 국제지명 현상설계 공모 발표식에 참석을 했다. 이곳은 세운4구역으로 그동안 재개발보다는 철거가 우선시 되었다. 맞은편에 종묘가 있어 역사경관 훼손이 우려된다는 의견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층으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해 10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고 이로 인해 주민 갈등도 심화됐다. 300회가 넘는 주민 간담회와 문화재위원회 심의 5년, 정책자문단 회의 60회 등을 거친 논의와 설득 끝에 지역과 주민을 존중하는 창의적 설계안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세운4구역 국제지명 현상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인 "서울세운그라운즈(Seoul Gewoon Grrounds)"다. 2021년에 착공해, 2023년이 준공 목표라고 하니, 주거와 상업, 문화가 연결된 하나의 메이커시티, 세운상가가 됐으면 좋겠다.
세봇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세운상가의 가치와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세운상가의 명성을 되찾고 더 나아가 서울의 중심에서 세계의 중심까지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는 명소가 되길 염원하는 작품이다. 세운상가의 주 에너지원인 장인들의 기술력과 세운상가를 즐겨 찾는 예술가들의 상상력, 그리고 3D프린팅 기술력을 융합시켜 탄생했다. 이 로봇 하나만으로 세운상가의 밝은 미래가 보이는 거 같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3D프린팅, 신소재, 자율주행자, 스마트기기, 바이오, 사물인터넷, 로봇, 스마트의료기기, 스마트시티 등 제조산업의 인프라로 세운상가가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다시 걷고, 다시 찾고, 다시 웃을 수 있는 세운상가가 됐으면 좋겠다
원문전체보기 - http://overniceonion.com/1130 서울미디어메이트 남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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