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화공방'이라는 이름이 좀 생소했다. 처음엔 전화기를 사용하지 않고 생활하자는 운동인가 싶었다. 그런데 비전화에서 전화는 각각 전기와 화학물질을 뜻했다. 즉, '비전화'는 전기와 화학물질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도 삶을 더 행복하게 즐기며 살자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철학으로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는 2000년에 '비전화공방'을 설립했다. 전기와 화학물질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자립적이고 지속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개척하기 위해 기술 개발과 일자리 개발, 인재양성 등을 하는 곳이다.
특히 2007년부터는 일본 도치키현의 시골마을 나스에 '비전화공방 테마파크'를 열어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비전화공방'은 어떻게 보면 히피 문화와 닮은 모습도 있지만, 큰 차이점은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고 지속적인 유지가 가능한 기술 개발과 일자리 창출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것을 사용하면서도 최대한 에너지와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예를 들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전화주택, 바이오화장실, 비전화 냉장고, 바이오 필터를 이용한 정수장치, 유기농 농작물 재배, 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몰 비즈니스 개발 등이 비전하공방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전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집을 짓고 살며, 자연을 이용한 각종 장치를 사용하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생활은 시골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런 선입관을 깨 주려는 듯, 서울시는 '비전화공방 서울'을 시작했다.
4월 10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본 비전화공방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와 업무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서울 비전화공방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행사였다.
행사에는 이미 6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12명의 1기 비전화제작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혁신파크에서 일 년간 비전화공방 생활을 하며 전문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된다.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는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을 방문해 이들에게 비전화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며 제자를 기르는 활동을 한다. 물론 일반 시민들을 위한 제작 워크숍과 강연도 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전하나줄이기 같은 친환경 생활의 모색", 그리고 "물질문명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실험"으로 비전화공방 서울을 제안하고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후지무라 야스유키 교수는 "재작년 9월에 박원순 시장과 만나서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대화를 나눴다"며,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자"는 목표로 시작한다고 했다. 또한 "하드 트레이닝 시키겠다"고 덧붙여 참석한 제작자들의 험난한 앞길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12인 중 한 명으로 선발된 유진 제작자는 "삶에 대한 갈증으로 조금 다른 삶을 살며 공생과 자립을 배우기 위해 비전화 제작자의 길에 들어섰다"고 했다. 그리고 정재욱 제작자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고, 잊고 지냈던 작은 행복을 다시 느끼게 되길 바란다"고 기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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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미디어메이트 송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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