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길에서 대한 제국의 길로. 부활하는 대한 제국의 역사
[정동貞洞 그리고 대한민국 13]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로도 불리는 길이 대한 제국의 원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아는 분들은 그렇게 많진 않았을 듯하다. 13년이란 짧은 시간에 막을 내렸고 의견이야 분분하지만 대한 제국의 역사는 국권 회복과 국민국가를 태동시킨 개혁의 역사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그리고 대한 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대 한국의 역사를 간직한 원공간인 정동을 서울시에서는 대한제국 선포된 1897년 10월 12일 그 날과 마찬가지로 2016년 10월 12일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정동 그리고 대한제국 13'을 발표했다.
약 120년 만에 역사·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정동. 정동 일대는 대한제국 시기에 영국과 러시아 공사관, 성공회성당,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 각국의 공사관과 근대식 교육기관이 들어서는 등 근대 역사 문화 유적이 많은 곳이다. 이곳을 이제 역사 재생, 역사 명소, 역사 보전 3대 전략으로 구성해 역사와 문화를 점검, 종합재생하고 보행 길을 통해 명소화하며, 나아가 자원과 장소성을 보전해 현세대 및 미래세대와 공유를 바라보고 있다.
대한제국을 선포한 '광무황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고종께서 '양탕국'(커피)를 즐겼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 날 행사장에서는 광무황제가 마셨던 것처럼 옛 방식으로 내린 커피를 마셔볼 수 있었다.
최근에 와서는 캡슐 커피나 스틱 커피를 통해 간단하고 쉽게 접할 수 있지만 100여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황제에게 직접 올려드렸던 양탕국식 커피는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웠다. .
이번 '정동, 그리고 대한 제국 13' 사업 발표에서는 서울시장, 중구청장, 각국 대사, 언론, 학교, 주민 등 다양한 이들이 참석을 했다. 에릭 월시 캐나다 대사, 찰스 헤이 영국 대사, 얀 올레 그레브스타 노르웨이 대사 등 정동 내 7개 대사관도 참석해 상호 협력을 다지며,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닌 여러 기관들로 구성된 지역협의체가 중심이 되는 민관협력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동 역사 재생 활성화 추진 계획 발표식에 먼저 대한 제국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서울대 이태진 교수.
흔히 대한 제국과 광무황제에 대해 오해를 짚어주셨으며 대한 제국이 가지는 의의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이어 각국 대사들의 정동 역사 재생 활성화에 대한 인사말이 이어졌다.
또한 대한제국 선포일인 1897년 10월 12일을 기념해 10월 한 달 간을 '10월은 정동의 달'로 축제를 만들어 정동문화축제, 대한민국 커피축제, 정동 야행 등 매주 4개의 축제를 열 계획이다. 또, 정동의 야경을 대한 제국의 역사유산으로 새롭게 가꾸어 야경 명소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한 제국의 길'은 새로운 거점공간인 서소문청사와 옛 국세청 별관 부지를 신설하고, 이 거점과 기존의 정동교회, 환구단, 성공회 성당 등 다양한 역사 문화 자원들을 연결해 5개의 코스, 2.6km의 역사탐방로다.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한 제국의 근대화 역사의 보전은 물론 정동의 지역 경제 발전 등 다양한 효과들을 기대해 볼 수 있어 반갑다.
프레스 투어를 통해 이화학당이나 구 러시아 공사관 등 현재까지 남아있는 정동 일대의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중 몇 가지를 보자면..
3코스 외교 타운 언덕으로 향하다 보면 보이는 구 러시아 공사관.
1890년 건립된 공사관으로 아관파천의 장소다. 명성황후가 을미사변으로 시해되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광무황제가 1년간 조선왕궁을 떠나 피신해있던 곳으로 서재필 주재의 독립협회가 결성되는 등 역사적 증인이 된 건물이다. 6.25사변으로 대부분 파괴되고 현재 지하층과 탑 옥 부분만 남아있음에도 역사적 의의를 감안,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이때 광무황제가 양탕국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3코스를 지나 2코스 옛 덕수궁 역을 따라가면 철문으로 입장이 불가한 선원전 터를 볼 수 있다.
내부를 보면 텅 빈터지만 왕의 초상인 어진을 봉안하는 곳이었다가 나중에는 경기여고 부지로 활용되고 최근에는 미국정부에 양도되기도 한 덕수궁 선원전 터. 문화재청에서 2039년까진 단계별 복원 예정이다.
선전원 터에서 올라가다 보면 좌측으로 구세군 중앙회관이 보인다. 구세군은 1908년부터 한국에서 선교사업을 시작했으며 구세군의 사관 양성과 자선, 사회사업의 본거지가 되었다.
세부적으로 개조된 부분이 있고 건물 뒷면은 증축되었지만 건립 당시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모습. 구세군 활동과 관련한 그리스도교 유적으로 근대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돌담길을 따라가 덕수궁에서 만날 수 있는 석조전. 유럽의 궁정을 본 딴 서양식 건물로 황제의 침전, 편전으로 사용했다.
화재의 위험을 막기 위해 돌로 지었고 현관에는 대한 제국의 상징인 오얏꽃이 새겨져 있으며, 내부는 서양식 가구와 벽난로, 화려한 전등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은 그동안 잊혔던 대한제국 역사의 재조명을 통해 정동의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날"이라며, "대한 제국의 역사를 돌아보고 국권 회복과 국민 권력 시대를 향한 대한민국의 갈 길을 찾겠다"라고 밝혔다.
정동이 간직하고 있는 대한제국의 문화유산들은 조선과 대한민국을 이어주는 짧지만 의미 있는 다리로, 서울 도심 속을 걸으면서 볼 수 있는 하나의 역사 교과서로 누구나 한 번쯤 대한제국의 길을 걸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서울미디어메이트 김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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